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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

​쿠드랴프카 티슬롯

Кудрявка Тисеуллос

176cm 

​표준

러시아

​인간

​남

​외형

@TailJjim님 커미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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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탁한 색채를 머금은 애쉬브라운색 머리카락들은 중력을 따라 흘러내렸다기보다는 제멋대로 흐트러져있다고 하는 게 옳았다. 대열에서 벗어나 튀어나온 머리카락 같은 건 소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무심함은 외형에서도 충분히 드러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졸음을 하품으로 탄식하고 가볍게 빗고 오는 게 전부지만 유전인 건지 푸석하기보다는 부드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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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은 에메랄드가 담겼다고 하기엔 과찬이었다. 담담한 표정에 비해 눈은 뚜렷한 청록빛을 담고서 빛나고 있었으나 표정과 함께 하지 않으니 그저 그렇게 보였다. 눈매는 둥글거나 처지진 않았지만 인상을 사납게 만들지는 않았다. 쌍꺼풀은 있으나 짙은 편은 아니었다. 유독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는 일이 적었는데, 항상 입만 웃고 있고 눈은 그대로였다. 진심으로 기뻐도 눈웃음은 짓지 않았다. 정말로 낮은 확률로 눈도 함께 웃기도 하지만 졸업 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장면일 것이다. 기쁘지 않은 게 절대 아니니까, 소년이 눈웃음을 짓지 않아도 상처받진 말자. 억지로 부탁해도 어색함에 회피하기만 할 것이다. 눈웃음이 적을뿐, 좋고 싫음은 표정에 확실히 드러났다. 무표정이 평소 표정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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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자체의 이미지 때문인지 나름 단정히 입었음에도 어쩐지 흐트러진 느낌이 들곤 했다. 사실, 자세히 보면 마이의 단추는 풀고 있었다. 신발은 민트색 바탕에 흰 끈의 운동화를 즐겨신었다. 어디까지나 운동화가 편해서일 뿐, 운동을 즐기진 않았다. 소년은 옷이 더럽혀지는 걸 크게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흙을 묻히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다. 흙먼지가 묻은 부분이 보이면 적당히 털어내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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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외형만 유심히 관찰해도 어떤 사람인지 대략 알 수 있었다. 주근깨 없는 피부는 자외선을 쬘 일이 적었다는 것을 나타냈고 갈라짐 없는 입술은 영양분이 부족했거나 크게 수면장애를 앓은 일은 없었단 걸 보여줬다. 특별한 근육은 없는 몸은 특별히 즐기는 운동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인 체형은 키에 맞는 근육 적은 체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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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오른쪽 귀에는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꽃 귀걸이가 피어있었다. 꽃잎은 소년의 눈 색보단 좀 더 밝은 하늘색이 담긴 색이었으며 반투명이기 때문에 귀걸이 너머로 소년의 머리카락이 보이기도 했다. 두 개의 갈색 끈을 따라서 내려온 두 쌍의 구슬들은 짙은 녹색, 튀어나온 두 개의 수술은 밝은 노란색으로, 소년의 귀걸이임을 주장하듯 전체적으로 소년과 잘 어우러지는 색 들이었다. 크기 때문에 다소 무게감은 있는 듯하지만 꽃잎이 얇았고 그만큼 귀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귀가 처지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아 했다.

 

​성격

# 그저, 그랬을 뿐이었다.

꽤 무뚝뚝하게 생긴 모습에 비해 주변 분위기에 끌려다녔다. 의사표현이 불투명했던 것도 아니었고 에너지 절약이란 이유로 가만히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소년은 항상 그랬을 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건 별로 없었다. 주변에서 이런 걸 가르치니까 배웠고 이런 걸 시키니까 했을 뿐이었다. 가능하다면 얇게 살고 싶은 것이 소년의 모토기에 괜한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아 했다. 싫은 건 싫다고 딱 잘라 말했지만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면 묵묵하게 놓아진 상황에 따랐다.

 

# 나태히 보이더라도

소년은 목표의식이 흐렸고 마땅히 흥미 있는 분야가 없어서 의도치 않게 남을 돕거나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 상대방이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어떠한 이유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면 도와주려고 했다. 보상을 바라거나 봉사를 통한 자기만족인 건 아니었다. 어차피 하고 싶은 게 없으니 적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라면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맥락으로 누군가가 활동을 제안하면 거절하는 일이 적었다. 혼자 시내에 가는 게 심심하다고 하면 같이 가줬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걸 도와달라고 하면 흔쾌히 도와줬다. 그렇다고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혼자 있을 땐 무료하면서도 평화롭다고 느끼는 편이었다. 혼자 밥을 먹어도 쓸쓸하다던가, 그런 걸 느끼진 않기에 같이 먹자고 하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도 맛있게 먹는다. 너무 무료해서 지겹다고 느껴질 쯤에 비척비척 몸을 일으켜 사건이나 사람을 찾아다녔다.

 

# 약속과 비밀에 진지했고

소년의 입은 무거웠다. 무신경하게 남의 비밀을 말해버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남의 이야기에 대해서 그 사람이 없는 장소에서 잘 하지 않았다. 언변이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가만히 듣고 차분히 대답을 해주는 것이라면 잘했다. 급하지 않은 성격이 한몫 하는 모양. 재미없는 농담엔 싫단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는 등 크진 않지만 상대의 언행에 표정과 몸, 말로 반응해주기 때문에 대화에 평지만 펼쳐져 있진 않았다.

# 자신의 기준에 충실했지

소년은 상냥하기보다는 화를 잘 안내는 사람이었다. 발화점이 낮다기보다는 괜한 감정 소모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화는 눌러두는 편이었다. 사실 화가 났다가도 금방 누그러지기 때문에 웬만큼 크게 화가 난 게 아니라면 상대가 미안하다고 사과 하면 흔쾌히 받아줬고, 굳이 사과를 하지 않더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인사를 하기도 했다. 반대로 소년이 상대를 화나게 했을 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를 하려고 했다. 농담은 그 자리에서 마무리를 지어야만 진짜로 농담으로 끝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농담을 한 후엔 곧바로 농담이라고 덧붙이는 편.

# 처음으로 느낀

소년은 1학년에 비해 키가 훌쩍 크지도, 외형에 큰 변화가 온 것도, 성격에 변화가 온 것도 아니었다. 여태까지와 같이 적당히를 원했고 눈에 띄는건 원치 않았다. 2년이 지나면 생기지 않을까 했던 취미와 관심사 역시 없는 상태다. 자신과 같이 큰 변화 없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변해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소년은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꼈다. 단체에서 혼자여도 느끼지 않았던 소외감이란 것을 처음 느낀 소년은 서툴렀지만 자신이 어떤 기분인지는 잘 알았다. 모든게 변해가고 자신만이 제자리에 있는 기분.

그건, 제법, 우울한 기분이었다.

그러고보니. 난 어릴 때와도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언제나 그저, 그랬을 뿐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소년은 계속해서 우울에 빠져있지 않았다. 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것. 목소리를 기억하는 것엔 친구들의 변화는 중요하지 않았다. 친구들의 목소리를 기억할 수만 있으면 된다. 그런 점에선 자신에게 변화가 없음에 안도를 했다.

변함 없이 이곳에 서있을 테니까, 목소리에 무엇이 담겨있든, 내가 잊지 않도록, 꼭 다시 와서 들려줘.

 

동아리

​생물부

2학년때도 생물부에 들고서 3학년때는 다른 동아리에 들까 고민했지만, 마땅히 끌리는 곳도 없고 일찍 귀가해도 할게 없었기 때문에 소꿉친구와 계속 생물부에 있기로 했다. 소꿉친구 쪽은 환영하고 있지만 소년은 여전히 그럴저럭인 식물 지식에 부원들의 눈치가 조금 보이는 듯하다. 그래도 그동안 들어온 지식들 덕분에 일반 사람에 비하면 아는게 많다. 또한 소년이 눈치 보는 것 뿐이지 부원들은 소년에게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친하게 대해주고 있다.

 

​기타

#청력

소년의 오른쪽 귀는 들리지 않았다. 후천적으로 잃게 된 것이며 소리가 들리는 것이 차차 흐려지더니 15세쯤에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다. 본인은 그 사실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청력과 관련해, 3학년이 되면서 부쩍 가족에게 걱정의 눈치를 받는 듯하다. 다들 걱정이 지나쳐. 누나도 괜찮았고, 나도 괜찮을 거야.

 

#추억

소년의 귀걸이는 특정 꽃을 본뜬 게 아니라 소꿉친구를 꽃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꽃의 이름은 친구의 이름을 따서 레인시. 상당히 소중한 물건이며, 자고 씻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귀에 걸고 있었다. 

너는 개화한 꽃이고, 나는 그것을 지켜보는 그늘일 뿐이니,

네가 하고싶은걸 하고.

네가 미소 짓는걸 하고.

네가 행복해지는걸 하자.

...꽃이 지는 순간에도 그늘은 지켜보고 있으니까.

 

#호칭

소년은 여전히 동급생에게는 반말을 사용했다. 호칭은 되도록 상대가 원하는 호칭이 있다면 거기에 맞춰주는 편. 상대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은 그다지 신경 쓰지않았다. 보통 '쿠디'나 '랴프'라고 불리는 모양. 성으로 불리는 것도 괜찮다.

 

#

생일은 9월 13일로 탄생화는 버드나무. 꽃말은 솔직.

 

#

왼손잡이

 

#가족관계

부모님과 3살 위의 누나 한 명. 사이는 좋은 편이었다.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부모님 심부름도 간간이 잘 다녀오고 누나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감정이 상할 정도로 싸우진 않았다. 화목한 가족. 부모님은 채소가게를 하고있다. 가족 모두가 국적이 러시아지만 친척과의 사정 때문에 한국에서 오래동안 지냈다.

#약함

소년은 오컬트에 약했다. 평소에 심약하거나 겁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무섭고 잔인한 건 질색했다. 어렸을 적 누나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난 후로 가위에 눌리고 악몽을 꾸는 등 많이 시달린 모양. 악몽을 꾸고 나면 힘없는 얼굴이 더 맥없어 보였다. 친구들끼리 괴담 이야기 같은 걸 할 때는 되도록이면 안 들으려고 하지만 궁금증 때문에 들었다가 후유증이 남기도 했다.

 

#선호하는

소년이 선호하는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 너무 맵고 짜고 달지만 않으면 크게 가리지 않고 채소도 잘 먹는다. 해산물 쪽은 조금 힘들지만 문어나 고등어 정도라면 문제없다. 동물은 특히 악어를 좋아하는데, 잠자리가 불안할 때마다 꼭 안고 잤던 악어 인형 때문이다. 학교에 들고 오고 싶었지만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어떡하게?라는 말에 눈물을 머금고 집에 두고 왔다. 악어 수인인 사람을 만나면 집에 있는 인형이 생각나서 기분이 묘하다고.

 

# 언젠가 듣지 못할지도 모르는.

소년은 유난히 목소리에 집착했다. 상대의 목소리를 기억하려 애썼고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는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잃은 소꿉친구의 영향이 컸다. 겉으로 크게 티내진 않았지만 가장 가까운 친구의 갑작스런 불행에 어지간히 놀랐던 모양이었다. 영원히 듣지 못하게 된 소녀의 목소리에, 소년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기억하려 집중했다.

​언젠가 상대가 말할 수 없어도, 언젠가 자신이 들을 수 없게돼도 기억할 수 있도록.

언젠가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어도,

언젠가 아름다운 손이 없어져도,

언젠가 제가 사람이 아니게 되어도,

​당신은, 절 사랑해 주실 건가요?

- 四季折の羽  -

관계

​나고 유키네 - 204호

​루시 알렉사 - 생물부

​생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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